이인화내과

여름철 수영장은 시원한 물놀이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붐빈다. 하지만 불특정 다수가 맨발로 드나드는 수영장 바닥이나 공용 샤워실을 떠올리면 피부 질환에 대한 걱정도 슬며시 따라붙는다. 특히 무좀은 여름철에 발병률이 높아지는 대표적인 감염성 피부질환으로, 한번 생기면 치료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방치할 경우 만성화되기 쉬워 더욱 신경이 쓰일 수 있다.

실제로 수영장을 이용하다가 무좀에 감염될 수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이를 어떻게 예방해야 할까? 피부과 전문의 김형수 원장(서울에이치피부과의원)과 함께 무좀의 원인과 감염 경로, 그리고 실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예방법을 짚어본다.

무좀, 발에 찾아오는 곰팡이 감염
무좀은 진균의 일종인 피부사상균(dermatophytes)에 의해 발에 발생하는 감염성 피부질환으로, 의학적 명칭은 '족부 백선'이다. 주로 트리코피톤 루브룸(trichophyton rubrum), 트리코피톤 멘타그로피테스(trichophyton mentagrophytes) 등의 피부사상균이 각질층의 케라틴을 영양분으로 삼아 증식하면서 병변을 유발한다.

형태는 임상 양상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가장 흔한 '지간형'은 발가락 사이가 갈라지고 껍질이 벗겨지며 가려움증이 동반된다. '소수포형(물집형)'은 발바닥이나 발 측면에 작은 수포가 생기고 통증과 진물이 발생할 수 있다. '각화형(건조형)'은 발뒤꿈치나 발바닥 피부가 두꺼워지고 각질이 일어나거나 피부가 갈라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김형수 원장은 "무좀이 심해지면 피부뿐 아니라 손발톱까지 감염이 확장돼 '조갑백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라며 "이 경우 발톱이 두꺼워지고 색이 탁해지며, 갈라지거나 쉽게 부러지는 등 변형이 나타나기도 한다"라고 설명했다.

젖은 바닥, 무좀 감염의 경로가 될 수 있다
무좀균은 직접 접촉은 물론, 감염자의 각질이나 피부에서 떨어져 나온 조각 등을 통한 간접 접촉으로도 쉽게 전파된다. 이는 피부사상균의 강한 생존력 때문이다. 이 균은 사람의 피부, 발톱, 머리카락 등 케라틴이 풍부한 부위에서 잘 자라며, 불리한 환경에서는 휴면 상태로 전환하고 이후 재활성화될 수 있다.

특히 습하고 따뜻하며 통풍이 잘 안되는 폐쇄적 환경에서 번식이 활발해진다. 김형수 원장은 "수영장 바닥, 공동 샤워실, 사우나, 헬스장 탈의실 같은 젖은 타일 바닥이나 매트는 피부사상균이 번식·전파되기 쉬운 고위험 장소"라고 설명한다.

또한 맨발 상태에서 피부에 미세한 상처가 있을 경우, 피부 장벽이 약해져 진균이 침투하기 더욱 쉬워진다. 만약 감염자의 각질이 바닥에 떨어져 있다면, 그 위를 맨발로 밟는 것만으로도 감염될 수 있다.

다만 진균에 노출됐다고 해서 반드시 감염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김 원장은 "노출 직후 발을 잘 씻고 발가락 사이까지 충분히 건조하는 습관만 잘 지켜도 실제 감염으로 발전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전했다.

자연 치유 어렵고 재발 잦아..."최소 2~4주 꾸준히 치료해야"
무좀은 자연 치유가 어려운 감염 질환이다. 치료가 늦어질 경우 만성화되어 가려움, 각질, 피부 갈라짐 등 불편한 증상이 반복될 수 있으며, 심한 경우 봉와직염이나 농양 등 2차 세균 감염으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

김형수 원장은 "조갑백선으로 진행되면 치료가 더 어려워지고 서혜부나 손, 몸통 등 다른 부위로 확산될 수 있다"라면서 "초기 증상이 의심된다면 빠른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무좀 치료는 감염의 정도와 부위에 따라 다르지만, 기본적으로는 항진균제를 활용한 약물요법이 주를 이룬다. 치료에는 크게 외용제와 경구제를 사용한다. 피부에 국한된 초기 무좀은 바르는 외용 항진균제로 충분히 치료가 가능하다. 크림, 로션, 스프레이 형태의 외용제는 하루 1~2회, 병변보다 넓은 범위에 꾸준히 바르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감염 범위가 넓거나 손발톱까지 침범한 경우에는 먹는 항진균제를 병행해야 한다. 이 경우 치료 기간이 수주에서 수개월까지 길어질 수 있다. 김 원장은 "증상이 나아졌다고 해서 치료제를 중단하면 곰팡이균이 다시 증식할 수 있어 재발 위험이 높다"라면서 "눈에 띄는 증상이 없어도 최소 2~4주 이상은 꾸준히 치료를 지속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수영장 이용 후 발 꼼꼼히 씻어야..."개인 위생 관리가 핵심"
무좀 감염을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생활 속 실천'이 중요하다. 김형수 원장은 "무좀은 전염성이 있는 질환인 만큼, 개인위생과 환경 관리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예방법"이라고 조언한다.

다음은 김 원장이 전하는 무좀 예방 수칙이다.

① 공공시설 이용 시 슬리퍼 착용
: 젖은 바닥은 진균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므로, 슬리퍼를 착용해 발을 보호하는 것이 좋다.

② 수영 직후 바로 발 씻기
: 수영장 등 공공시설을 이용했다면 가능한 한 빨리 샤워실에서 발을 비누로 꼼꼼히 씻어야 한다. 이때 발가락 사이까지 손으로 문질러 잘 닦도록 한다.

③ 발을 '완전히' 말리기
: 샤워 후에는 선풍기나 드라이기를 이용해 발가락 사이까지 완전히 말린다.

④ 면 소재 양말 착용 및 자주 교체
: 땀 흡수력이 좋고 통풍이 잘 되는 양말을 착용하고, 땀이 많이 났을 경우에는 하루에도 여러 번 갈아 신는 것이 좋다.

⑤ 신발은 매일 다른 것으로 번갈아 신기
: 같은 신발을 연달아 신으면 내부 습기가 마르지 않아 곰팡이가 서식하기 쉬워지므로, 매일 다른 것으로 번갈아 신도록 한다.

⑥ 가족 간 감염 주의
: 가정 내 전파는 생각보다 흔하게 일어나므로, 가족 중 무좀 감염자가 있다면 슬리퍼나 수건, 발 수건은 반드시 따로 사용하도록 한다.

⑦ 손발톱 무좀 방치하지 않기
: 발톱에 생긴 무좀은 감염원이 되어 다른 부위로 번질 수 있으므로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해야 한다.